[Draft] AME Mousa 한글

오래 기다리던 이어폰 새식구 – AME 무사 (MOUSA) 를 영입했습니다.

기존 AME 플래그쉽인 레이븐, 가이아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는데 작년 시제품을 청음하고 1년 조금 넘는 기다림 끝에 손에 넣었네요. 처음엔 생김새에 이끌렸고 이후 소리에 크게 만족해서 구입하게 된 이어폰입니다.

 

 

무엇보다 저가형 모델인 J1 시리즈 외에는 금속 쉘이 사용된 적 없는걸로 아는데, 금속 울림을 활용한 AME 플래그쉽, 게다가 모쿠메가네 (Mokume Gane) 금속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금속쉘을 사용했다 해서 특히 관심이 가습니다.

 

저는 금속쉘은 극호라 금속쉘 이어폰이면 일단 들어보는 입장이라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스펙적인 부분을 둘러봅시다. 무사는 6-way, 13BA+2BC 조합으로 한쪽 당 15개의 소니온 드라이버가 사용되었습니다.

드라이버 분배는 저음에 소니온 2BA, 중음에 소니온 2BA, 고음에 4BA, 그리고 중고음에 5BA 소니온과 2 골전도 입니다.

 

 

 

무사는 “모쿠네가네” (木目金) 통 순동 블럭을 가공하여 제작됩니다. 생긴 모양만 얼핏 보면 생각하면 그냥 순동이거나 다마스커스구나 싶을 수 있지만, 모쿠네가네는 다마스커스와 근본적으로, 역사적으로 다릅니다. 저도 이런게 있는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일단 이게 뭔지부터 간단히 짚고 넘어가보는게 좋겠습니다.==

 

(다마 사진)

우선 우리가 잘 아는 다마스커스(Damascus)는 중동에서 유래된 가공 기법입니다. 탄소 강, 연철 같은 여러 금속 재질을 한 데 모아서 녹인 후 망치나 프레스로 두드려서 접고, 접고, 계속 접으면 다마스커스 특유의 그 비주얼이 탄생합니다. 주로 흰검 색깔에 구불구불한 물결 무늬나 동글동글한 패턴이 나옵니다. 특유의 강렬한 비주얼 말고도 다마스커스는 강철을 합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높은 내구성이 이점입니다.

 

(모쿠메가네 사진)

반면 무사에 사용된 모쿠메가네 (木目金)는 일본에서 (에도 시대) 탄생한 가공 기법입니다. 모쿠메가네는 단순 강철 말고도 금, 은, 구리 같은 더 다양한 종류의 금속을 쌓은 후, 강한 압력과 열로 결합시키는 방식입니다. 이후 담금질을 하고 식히면 나무 같이 자연스러운 나무결 무늬가 생깁니다. 모쿠메가네의 일본명은 “나무 눈 금속”, 즉 나뭇결 금속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단단한 특징 덕에 무기로 활용되는 다마스커스와 달리 모쿠메가네는 주로 연성인 재질의 금속을 사용하기 때문에 제작이 더 까다롭기에, 귀금속이나 예술품 등에 사용됩니다.

 

다마스커스도 손과 시간이 많이 가는 가공 기법이지만, 모쿠메가네는 더욱 까다롭고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에, 블럭 가공 시간을 제외 하고도 한 대의 CNC 기계를 10시간동안 끊임없이 돌려야 1쌍의 쉘이 제작된다 합니다.

 

이러면 한달에 많아도 30개 까지만 생산이 가능하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강제 한정판(…)이 되는 셈입니다. 우선 착용감은 매우 좋습니다. 쉘 몸집은 우람하지만 노즐의 길이가 충분하고 노즐 직경도 전작보다 얇아져 착용감은 레이븐/가이아보다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

 

다만 무사 쉘 재질과 크기 특성 상 무게는 은근 나갑니다 (랩소디오 슈프림 V3보다 조금 더 가벼운 정도). 다만 노즐이 그리 길지 않고 쉘 안쪽이 귀에 최대한 안착되도록 모양이 잡혀있어 슈프림 V3보다 사용감은 더 편합니다. 본인 귀에 적절한 이어팁을 맞춰서 정착용이 잘 이루어지면 외부에서 사용하는 것도 큰 불편함은 없으나, 조깅을 하거나 뛰는 것을 감당하기엔 어림없는 무게입니다 (물론 무사 같은 이어폰을 밖에서 쓰는걸 넘어 착용 상태로 뛰는 분이 계실까 싶긴 한데….)

 

 

 

DaftPunk – Groovy / Veridis Quo

Don Malik – K’Up (극저음와 중저음의 울림이 크고 강하게 울려나오는 곡으로, 간결한 듯 하지만 저음 그루브가 여려겹 등장하며 슴슴한 보컬과 조화를 이루는 곡입니다. 강한 저음 양감과 농도 때문에 이어폰의 저음 표현 능력 뿐 아니라 제어 능력도 테스트 해보기 좋은 곡입니다.

   

이어폰, 헤드폰에서 분석력이 높은 저음, 아니면 음악적인 특성 중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레퍼런스한, 반응성이 빠른 저음을 원한다면 뒷맛이 깔끔하고 전반적으로 깨끗한 앰비언스를 유지하지만, 대신 저음 깊이감과 색감, 그리고 양감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후가쿠가 있겠습니다.

 

반대로 저음의 존재감을 강조한다면 저음의 파워와 익스텐션, 그리고 저음 바디감을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 아시다시피 저음의 명료도와 반응성, 그리고 앰비언스 깔끔함이 떨어지기 쉽습니다. 예시를 들자면 PMG Apx가 있습니다. 이렇듯 이런 현상은 끝판왕 플래그쉽들에서도 어지간하면 존재하는 특징인데, 무사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점은 어느 한쪽을 희생했다는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플래그쉽 이어폰 중 하나인 서브토닉 스톰과 간략이 비교하자면, 무사는 스톰에서 좀 더 바디감이 강화된 중저음, 그리고 중저음의 유기적인 공기 흐름이 돋보입니다. 무사에서 느껴지는 강한 파워와 함께 진득한 앰비언스가 저음의 그루비함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저음 파워에서 느껴지는 굵직한 음압이 느껴짐에도 귀가 쉽사리 피로해지지 않습니다.

 

 

이하이 – Only

성숙해진 보컬 톤, 심도 깊은 울림과 모쿠가네 쉘 특유의 은은햔 잔향이 돋보입니다. 금속쉘에서 잔향과 울림을 적극 활용하는건 어찌 보면 양날의 검입니다. 금속 특유의 느낌은 빡 줄 수 있지만 명료도와 반응성, 그리고 소리의 경도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예시는 바이킹 다마스커스는 금속 특유의 부밍이 은근 강조되어있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들었지만 저처럼 좋아하는 분도 있는 반면 일반 바이킹보다 불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사의 경우 금속쉘이 가져다주는 이 풍성함과 깔끔함, 이 두 선상에서 적정선을 아주 잘 지킨 이어폰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AME가 무사를 위해 개발한 공기흐름 시스템인 ABCS (AME Breathable Chamber System)가 그 핵심 역할을 한 듯 합니다.

 

ABCS를 한글로 직역하면 “숨쉬어지는 울림통” 정도 되겠는데, ABCS는 두개의 에어홀이 공기 흐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 제어하며, 쉘 전체를 울림통 역할을 하도록 합니다. 저는 지난 해 싱가포르에서 레진쉘로 마감된 무사의 시제품을 청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쿠메가네 쉘이 적용되면 소리가 여기서 어떻게 더 발전할지 기대가 되면서도 들었던 생각은 “여기서 금속쉘로 바꾸면 소리가 너무 과해지지 않을까” 였습니다.

 

수란 – Wine (오늘 취하면)

과거 레진쉘->금속쉘로 업그레이드 된 제품들에 대한 경험이 어느정도 있다보니 적어도 한껏 강행진 잔향감과 부밍감을 어느정도 각오하고 있었는데 웬걸, 무사의 잔향은 기존 AME가 추구하는 타격감 딱 떨어지는 빠릿함과 타이트함은 유지하고, 모쿠메가네 쉘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정도까지만 잔향이 깔끔하게 절제되어 있더군요.

 

물론 바이킹 다마스커스처럼 잔향과 부피감을 가감없이 표현하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무사가 제공하는 “금속쉘 사운드”와는 다를테니 실망하실 수 있지만, 기존 AME 소리를 들어봤고 마음에 들었다면 무사는 AME가 지금껏 레이븐, 가이라를 통해 보여준 소리에 이제는 금속 특유의 옹골진 깊이감, 그리고 무사 특유의 자연스러운 울림까지 모아놨습니다. 앞으로 살짝 당겨져 저음과 깨끗한 분리를 보이지만 자연스러운 음역대 이동, 그리고 선명하되 자극적이지 않은 질감. 투명한 음색, 그리고 크게 그려지는 보컬 바디감. 개인적으로 잔향 혹은 부밍을 제어하면서도 보컬 바디감을 이렇게 크게 그려낸다는 점을 높게 사고 싶습니다.

 

밝기는 AME 레이븐과 비슷한 정도로, 철저히 부드럽고 따뜻한 소리를 지향하지 않는다면야 부담되지 않는 화사함일 것입니다. 치찰음 대역대도 꽤나 잘 제어하여 금속 특유의 쇳소리 등은 그닥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고음은 듣기 부드럽고 자극이 없는 소리를 보입니다. 양감은 순한 맛이지만 디테일은 아주 충실히 표현하기 때문에 플래그쉽에 기대할 만한 간드러지는 비단결 질감이 살아있습니다. 금속쉘에 BA 위주의 조합이라면 고음 뿐 아니라 중고음이 전반적으로 경질적이고 드라이 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제 편견과는 다른 소리를 보여줍니다.

 

보통 울림이 강한 이어폰은 잔향 컨트롤이 어려워져 소리가 난잡해지기 마련인데, 무사는 이쪽 방면에서의 컨트롤이 정말 노련합니다. 고음의 분리도가 높고 분석적이면서도, 음색과 중저음과의 조화가 굉장히 자연스럽습니다. 무사가 지향하는 음악성 충만한 소리를 따르면서도 모니터링 같은 면모를 보여줘 제가 무사로부터 특히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노블 크로니클, 후가쿠, CP622B 티타늄, 스톰, Apx, 퍼스트라이트, 헥스 등의 초플래그쉽 제품들이 박빙을 이루고 있는데 무사는 여기에 당당히 같이 이름이 올라 마땅하다 싶을 만큼 체급과 매력이 강력한 이어폰이 아닐까 싶네요.

 

쉘의 생산 공정과 재질로 인해 이제 무사 재료가 거의 다 소진되어간다 들었는데, 일반 금속쉘이 아니다 보니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그윽하고 웅장한 공간감으로 음악 분위기를 압도하는 소리를 좋아하고 아직 청음해보기 전이라면 무사, 꼭 들어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Prep – As It Was